[스크랩] <부도지>의 구성, 기술(記述)의 역사 & 창세 신화 - 부도지
1.<부도지>의 구성, 기술(記述)의 역사
<부도지>는 충렬공 박제상공이 삽량주 干으로 있을 때, 보문전 태학사로 재직 당시 열람할 수 있었던 자료와 가전(家傳)의 비서(秘書)를 정리하여 저술한 책으로, 김시습은 그의 <징심록추기>에서 추정하고 있다.
‘符都’라는 말은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나라’ 또는 ‘그 나라의 수도’라는 뜻으로, 곧 ‘단군의 나라’를 말한다.
<부도지>는 한국에서 그 기록연대가 가장 오래된 역사서적이다.
<징심록> 15誌 중의 第1誌이며, <징심록>은 上敎 5誌 <부도지(符都誌)>, 음신지(音信誌), 역시지(曆時誌), 천웅지(天雄誌), 성신지(星辰誌)와 中敎 5誌 사해지(四海誌), 계불지(禊祓誌), 물명지(物名誌), 가악지(歌樂誌), 의약지(醫藥誌)와 下敎 5誌 농상지(農桑誌), 도인지(陶人誌) (三誌 未詳)의 15誌로 되어 있다.
후에 박제상 선생의 아들 백결 선생이 <금척지(金尺誌)>를 지어 첨철(添綴)하고 김시습 선생이 <징심록추기>를 써서 보탠, 그러니까 모두 17편으로 된 책이다.
그러나 지금 원문은 모두 전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부도지>는 1953년에 박금(朴錦)씨가 울산의 피난소에서 과거에 <징심록>을 번역하고 또 연구한 바 있던 때의 기억을 되살려 거의 원문에 가깝게 재생한 것이다.
박제상공이 일본의 목도(木島)에서 순절(殉節)하기 전(적어도 A.D. 419년 이전)에 기록한 이 책은 그동안 영해박씨 종가에서 세전(世傳) 전사(傳寫)하여 비밀리에 전하여 왔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은 王使를 보내 符都의 일을 상세히 물었다고 하였으며, 강감찬 장군도 여러 차례 寧海를 방문하여 求言을 한 바가 있었고, 세종대왕은 宗家와 次家의 후예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성균관의 옆에 거주하게 하고, 長老를 명하여 편전(便殿)에 입시(入侍)하게 하였는가 하면, 김시습 선생은 훈민정음 28자를 이 <징심록>에서 취본(取本)하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신라와 고려, 이조 초기의 왕들은 영해박씨에 대하여 은근한 대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부도지>는 영해박씨의 몰락과 함께 수난을 겪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조의 왕위찬탈에 반기를 들고 김시습, 曺尙治 선생과 함께 金化 초막동(草幕洞)으로 회적(晦跡)하여 구은사(九隱祠)의 九賢 중 무려 七賢을 배출해 낸 영해박씨 문중은 당시 세조의 눈에는 그야말로 눈에 가시보다도 더 껄끄러운 존재들로서, 끝내는 체포령이 내려지고, 이 때문에 大小家는 더욱 깊은 산 속으로 숨어버리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先代의 碑를 땅 속에 묻어 흔적마저 없애가면서 연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박금씨에 의하면, 이 무렵 <부도지>는 김시습의 손에 의하여 금강산의 운와(雲窩) 효손공댁(孝孫公宅)에서 포신(逋臣) 계손공(季孫公)의 집으로 옮겨지고, 다시 계손공의 아들 훈(薰)씨가 함경도 문천(文川)으로 가지고 들어가 운림산(雲林山) 속에 숨어버렸다. 그 후 몇 백년간 삼신궤(三神匱) 밑바닥에 감춰두고 출납을 엄금하여 박금씨대까지 전하여 졌다고 한다.
박금씨는 <부도지>를 해방후 월남할 때, 문천의 금호(錦湖)에 있는 금호종합이학원(錦湖綜合理學院) 통칭 양산댁(梁山宅)에 남겨두고 내려왔다. 이로써 限을 만든 박금씨가 자신의 손으로 <부도지>를 재생하였으나, 그 재생되어 전하고 있는 이 <부도지>는 <징심록> 15誌 중의 단 1誌에 불과한 것이다.
2.한민족의 창세 신화 - 부도지
신라시대 朴堤上이 쓴 <符都誌>는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래된 史書이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뜻 깊은 創世 기록이기도 하다.
<부도지>에 의하면 천지창조의 주인공은 律呂이다.
율려가 몇 번 부활하여 별들이 나타났고, 우주의 어머니인 麻姑를 잉태했다.
마고는 홀로 선천(先天)을 남자로 하고 후천(後天)을 여자로 하여 배우자가 없이 궁희(穹姬)와 소희(巢姬)를 낳고, 궁희와 소희도 역시 선천과 후천의 정을 받아 결혼하지 아니하고 네 천인(天人)과 네 천녀(天女)를 낳았다.
율려가 다시 부활하여 지상에 육지와 바다가 생겼다.
기(氣), 화(火), 수(水), 토(土)가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루더니 풀과 나무, 새와 짐승들이 태어났다.
마고는 율려를 타고 지구를 삶의 터전으로 만들었으며, 천인과 천녀들은 하늘의 본음(本音)으로 만물을 다스렸다.
네 천인과 네 천녀는 마고의 뜻에 따라 서로 결혼하여 각각 3남 3녀를 낳았다.
그리고 그들이 또 서로 결혼하여 몇 대를 지나는 사이 1만 2천명의 무리가 되었다.
그들은 지구상의 가장 높은 곳에 '마고성(麻姑城)'이라는 이상적인 공동체(符都)를 이루고 살았다.
그들은 품성이 조화롭고 깨끗하며, 땅에서 나오는 지유(地乳)를 먹고살아 혈기가 맑았다.
그들의 귀에는 오금(烏金)이 있어 하늘의 소리를 듣고 율려를 체득하여 자신이 바로 우주와 하나임을 깨달았다.
우주의 원리인 율려에 의존하여 살았기 때문에 유한한 육체의 한계를 넘어 무한한 수명을 누렸다.
그들은 만물에 깃들인 마음의 본체를 읽는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마음의 본체를 운용하여 소리를 내지 않고도 말을 했고, 마음먹은 곳은 어디든지 갔으며, 형상이 없이도 행동할 수 있었다.
그들 중에 지소씨(支巢氏)라는 사람이 어느 날 지유(地乳)를 마시려고 유천(乳泉)에 갔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마시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배가 고파 어지러워서 쓰러졌다.
지소씨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소(巢)의 난간의 넝쿨에 달린 포도열매를 허겁지겁 따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윙윙거리고 혀가 아려오고 온 몸의 피부가 가렵고 코가 맹맹해졌다.
어쩔 줄을 몰라하던 지소씨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지소씨는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전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온 세상이 색색으로 물들어 있고, 꽃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귀에는 물 흐르는 소리와 새의 노래가 들려왔다.
지소씨는 "넓고도 크구나 천지여! 하지만 내 기운을 능가하지는 못하는구나.
이 모두가 포도의 힘이로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포도를 권했고, 포도의 다섯 가지 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번잡하고 사사로운 욕망과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五味의 變이다.
마고성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사람들이 포도를 먹지 못하도록 금지하기에 이른다.
마음의 본체, 즉 본성이 하고자 하는 대로 살던 마고성의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인위적인 금지법이 생긴 것이다.
아무런 구속과 강제 없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던 자재율(自在律)이 파괴된 것이다.
결국 포도를 먹은 이들뿐 아니라 포도를 먹지 못하도록 지키는 이들도 율려에 의존하여 살 수 없게 되었다.
포도를 먹은 이들은 몸이 이상하게 변했다.
또한 포도를 먹은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 거짓말을 하고, 점차 남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은 어두워져서 마침내 天性을 잃어갔다.
烏金은 흙으로 변해 더 이상 하늘의 음을 들을 수 없었으며, 마음의 본체를 볼 수도 운용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유한한 육체의 한계 속에 갇혀 육체의 감각인 오감에만 의존해서 살아야 했다.
여러 사람들이 지소씨를 원망하자 그는 부끄러운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마고성에서 나가 숨어버렸다.
천성을 잃은 다른 사람들도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다.
마고성의 제일 어른이었던 黃穹氏는 떠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간곡하게 말했다.
"그대들의 마음이 심하게 흐려져 마음의 본체가 변하니 어쩔 수 없구려.
그러나 스스로 하늘의 이치를 깨달아 마음이 다시 맑아지면 자연히 천성을 되찾게 될 것이니 노력하고 또 노력하시오."
그러나 성밖은 기(氣), 화(火), 수(水), 토(土)가 서로 부딪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만물은 서로를 시기하고, 불신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다퉈 성밖의 세상은 점점 혼란스러워졌고, 나중에는 마고성까지 위험하게 되었다.
이에 황궁씨가 모든 사람들 가운데 어른이었으므로 마고의 앞에 사죄하여 오미(五味)의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고 복본할 것을 서약하였다.
제족들과 의논한 결과 마고성을 완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마침내 성문을 닫고 모두가 성을 떠나 이주할 것을 결심한다.
황궁씨는 마고성에 살던 네 무리 중 한 무리의 3천 명을 이끌고 가장 춥고 위험한 북쪽의 천산주(天山洲)로 향했다.
다른 세 무리도 각각 동, 서, 남쪽으로 향했다.
황궁씨는 천산주에 도착하여 해혹(解惑)하여 복본(復本)할 것을 서약했다.
또한, 사람들에게 수증(修證)하는 일을 열심히 하도록 일렀다.
큰아들인 유인씨(有因氏)에게는 하늘의 징표인 천부삼인(天符三印)을 주어 세상을 밝히게 하고, 둘째와 셋째 아들에게는 천산주 일대를 순행(巡行)하도록 하였다.
아들에게 후일을 도모하도록 한 뒤, 황궁씨는 스스로 천산(天山)으로 들어가 긴 소리를 토하는 돌이 되었다.
돌을 통해 율려의 음을 울려 오감과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려서 그들이 율려를 회복하는 일을 도왔다.
큰아들 유인(有因)씨는 황궁씨에게 물려받은 천부삼인으로 사람들에게 만물의 근본이 하나임을 깨닫게 하였다.
또한 불을 일으켜 어둠을 밝게 비추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을 익히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후일 유인씨는 아들 한인(桓因)에게 천부를 전하고 산으로 들어간다.
한인은 천부삼인을 이어받아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밝히고, 햇빛을 고르게 비추고, 기후를 순조롭게 만들었다.
마침내 만물이 평정을 되찾고 사람들의 괴상한 모습이 점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이는 황궁, 유인, 한인 3대에 걸쳐 3천년 동안이나 수증을 한 정성 덕분이었다.
<부도지> 이야기는 성경의 에덴동산과 그 내용이 흡사하지만 훨씬 깊고 넓다.
성경에서 말씀의 주체는 창조주 하느님이다. 말씀이란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듣고 따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부도지>에서 율려의 주체는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율려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우리 안에 내재한 신성(神性)을 밝혀 우주의 율려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부도지>에서는 '수증(修證)'이라 했다.
수증은 곧 모든 생명과 아우르는 천지마음, 천지기운과 하나되는 과정이다.
우리 민족은 잃어버린 율려를 회복해 이상적인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자 '복본(復本)'을 맹세했던 민족이다.
복본을 위해서 천부경이 나왔고,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을 통해서 인간을 신인합일의 경지로, 우아일체(宇我一體)의 경지로 복본시키는 역사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우리 민족만의 약속이 아니다. 율려의 회복은 온 인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