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근 서당.

[스크랩] 김미경의 나주 역사문화 읽어내기(58),,, 초의선사와 완당 김정희

浩 根 書 堂 2011. 1. 25. 05:19

김미경의 나주 역사문화 읽어내기 (58)

 

 

   
 

 

초의선사 출가터 - 나주 운흥사(5) 
            

 

 

 

 

                                                                         

김미경(전남문화예술재단 문화사업팀장/문학박사)

 

나주 운흥사가 초의선사 출가터라는 사실을 나주 사람들도 많이 모르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시작된 이번 주제가 요즘 나에게 새삼 초의선사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에 대해 공부하게 하고 있다.
사실 7년 전에 KBS PD의 제의로 다성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 완당 김정희, 소치 허련 등 네 사람과 관련되어 드라마 시놉시스를 써 본 적이 있다. 석사학위를 국문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자료 조사를 하기 시작한 그 겨울, 나는 어느 골방에 파묻혀 오로지 이 네 사람이 쓴 여러 책을 읽느라 몇 달을 소진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만큼 학문의 깊이가 깊고, 예술적 소양이 풍부하여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상대들이었다.
특히, 완당 김정희는 조선 후기 우리나라 사상사의 한 획을 긋는 대단한 학자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완당 김정희가 오로지 편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고 받아주는 상대로 생각하였던 친구가 바로 다성 초의선사였다. 완당 김정희의 문인화 - 세한도(歲寒圖)는 “겨울 당한 이후에야 소나무, 잣나무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논어의 한 구절을 패러디하여 그린 그림으로 유명하다. 제주도 유배 시절인 59세 때 그린 이 그림은 중국 머나먼 땅까지 가서 북경 유리창에서 구하기 힘든 120권의 책을 구해준 회제 이언적을 위해 그린 것이다.

 

 

   
 

그만큼 완당 김정희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의 진가를 아는 사람이었다. 세한도의 깊은 뜻은 어려운 일을 당해 보아야 비로소 진정한 벗을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완당 김정희에게 초의선사는 소나무, 잣나무 같은 존재였다. 모든 지위와 권력을 잃고 고독하게 제주도에서 살고 있을 때 그를 찾은 사람은 초의선사였고, 완당 김정희가 가장 많은 편지를 보낸 분도 초의선사였다. 초의선사는 정성껏 차를 만들어 완당 김정희에게 보내주었고, 이에 완당 김정희는 진정으로 고맙다는 글을 초의선사에게 보냈다. 이들의 우정은 굳건하고 아름다웠다. 차로 맺은 깊은 우정은 어떤 인연보다 깊고 넓었다. 초의선사와 완당 김정희의 42년 깊은 우정을 보면 “그저 곁에만 있어도 좋음”이라고 읊은 시 한구절만 보아도 금방 알아 챌 수 있다.

 

“스님은 멋대로 마냥 웃고 있으소. 마음에 걸림돌 없는 곳이 바로 우리 사는 곳이네. 사람 옆에 산새는 부질없이 지저귀다 말다하고 손님 맞는 시내 구름, 스스로 더웠다 시원했다 하네.”

 

서로 곁에만 있어서 좋은 사람을 가졌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사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한 벗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가. 갑자기 초의선사의 사람 좋은 웃음이 떠오른다.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좋은 웃음을 지어 줄 친구를 불러내어 따뜻한 차 한 잔 나누고 싶다. 나주 운흥사 초의선사 출가터에서…. 

 

나주투데이 minjukkr@hanmail.net

출처 : 한문과 인생
글쓴이 : 다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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