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근 서당.

[스크랩] 임청각의 입춘첩

浩 根 書 堂 2013. 2. 13. 23:24

  2월 19일 입춘이 보름쯤 지난 우수날에 임청각에서 본 입춘첩이다. 하회마을의 양진당이나 충효당과는 달리 읽기 어려운 한자가 많아 해석이 되지 않는 내용이 많다. 아마도 나같은 상것들이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도록 어려운 한자를 많이 쓴 모양이다. 식자제현(識者諸賢)의 도움으로 완성되길 희망하면서 일단 올려보자. 

 

  (처음엔 ithinkme님의 도움을 은근히 기대했는데 이 분 지도를 받을 틈도 없이 여러 고수님들이 답을 주셨다. 소걸음님께서 전공 실력을 발휘해서 상당 부분을 해결해 주셨다. 뭉개구름님께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해석해 주셨다. moonriver 님께서 나의 잘못된 해석을 교정해 주셨다. 책갈피님께서는 중문 시의 출전을 고증해 주셨고 보천동경 대지개춘의 해석을 정리해 주셨다. 이 분들의 도움으로 이틀만에 해석이 거의 완성 단계가 되었다. 후에 ithink님도 건양다경에 관해 언급을 해주셨다. 나? 전문가들의 지식을 얻어다 편집을 열심히 했다. ) 

 

어느 집이나 붙이는 입춘대길. 대문에 붙어 있었다.

어느 직장에서 국문학과 출신이 위의 立자를 入자로 써서 놀림감이 되기도 하였단다.

 

건강과 경사를 바라는 전형적인 입춘첩. 역시 대문에 붙어 있었다.

 

건양다경에 관하여 ithink님의 고견이 있었다. '건양'은 '따스한 양의 기운이 생겨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동지를 지나면서 비로서 양의 기운이 처음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모양인데  주역에서 그것을 상징한 것이 復괘라고 한다. 위의 다섯 음효(--)아래에 하나의 양효(-)가 있는 모양인데 그게 말하자면 건양이라고 한다.

 

이 정도를 읽을 수 있으면 직업을 바꾸었지. 대문에서 군자정으로 넘어가는 중문에 있는 입춘첩

 

  이 부분은 뭉개구름님께서 해석해 주셨다. 정말 세상은 넓고 학식 있는 분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뭉개구름님의 해석에 의하면

 

  아래의 글과 댓구를 이루는데

 

 낙하여고목제비, 추수공장천일색.

 저녁 노을은 외로운 기러기와 함께 날고

 추수는 하늘과 한 가지로 색깔이 하나다.

 

기러기와 저녁노을을 동행자로 묘사함하고

물에 비친 높푸른 가을하늘을 묘사한 시로

고문진보에 나온다고 한다.

 

 

 

역시 군자정으로 가는 중문의 입춘첩

 

  위에 뭉개구름님의 해석이 있기 전 소걸음님께서 추수공장장일색 부분을 해석해 주셨다. 난 글자만 다 알면 해석이 될 줄 알았는데 내가 글자 일곱 자를 다 알았더라도 해석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추수공장천일색'

  '가을물과 높은 하늘이 한 색깔이라'

  라고 소걸음님께서 해석하고 싶으신데 봄이 아닌 가을에 어울리는 구절이라

  자신 없어 하셨는데 뭉개구름님도 같은 의견이시다. 

 

  책갈피님게서 위의 시 출전을 고증해 주셨다.

  중국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인 <王勃>의 작품 [藤王閣序]의
  초반 말미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虹銷雨霽, 彩徹區明. 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홍소우제 채철구명, 낙하여고목제비 추수공장천일색)

  무지개 사라지고 비가 개니, 비 갠 뒤의 맑은 광채가 허공에 빛난다.
  스러져 가는 저녁놀은 외로운 들오리와 함께 하늘에 떴고,
  푸르른 가을물은 길게 뻗어 하늘과 이어져 한빛을 이루었다.

 
  등왕각서 전문은 책갈피님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다.
 

 

이건 군자정과 내당을 연결하는 문에 있는 입춘첩. 아래의 같은 문에 있는 입춘첩과 댓구로 해석 

 

위의 만리화풍의 댓구인 일문서기.

세상엔 조화로운 기운, 집엔 상서로운 기운을 기원하는 모양이다.

 

음, 한자 실력이 뾰롱나고 있다. 내당 기둥에 붙은 입춘첩

 

소걸음님의 도움으로 해석이 완성되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 마지막 부분이란다.

 

 아래 글귀와 댓구를 이루어

 

 '등동고이서소하고 임청류이부시' 라


 즉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노래하고 맑은 물에 임해서 시를 짓는다'는 뜻이란다.

 시의 내용도 임청각과 딱 맞아 떨어진다.

 임청각을 지은 이명은 벼슬을 버리고 안동에 온 후

 안동의 동쪽 산기슭, 낙동강변에 임청각을 지어 노닐었다고 하니. 

 

역시 내당 기둥에 붙은 입춘첩으로 위의 댓구

 

 

내당 아랫채에 있는 입춘첩

하늘은 세월을 더하고, 사람은 수를 더한다는 장수를 기원하는 입춘첩인 모양이다.

 

역시 내당 아랫채에 붙은 입춘첩

봄기운은 하늘과 땅에 가득하고, 복은 집에 가득하다.

요렇게 흘려쓰듯 하면서 다 읽을 수 있도록 된 한자가 마음에 든다.

 

전통 가옥에 달린 첨단 장치.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는 모양이다. 

 

역시 한자 해독이 불가능했는데 소걸음님이 한 수 지도해 주셨다.

'천하태평춘, 사방무일사'

천하는 태평한 봄이요, 주위에 아무 번거로운 일이 없다"

 

 

부엌이나 곳간의 문인 모양이다.

 

  하늘을 공경하고 땅에는 봄이 가득하다는 뜻인가보다 하고 대충의  짐작을 올렸더니 moonriver님께서 하늘을 공경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지적해 주셨다. 그러고보니 우측 하단의 경자가 경사로울 경자다. 

 

  나중에 책갈피님께서 댓글에 이 구절의 해석에 대한 근원을 밝혀 주시면서

 

 “普天同慶, 大地皆春”은   온 세상 사람들이 천하에 봄이 옴(됨)을 모두 함께 경축한다 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가르쳐 주셨다. 

 

 

 

도연명(陶淵明) 의 귀거래사(歸去來辭)

 

歸去來兮             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집과 뜰에 잡초 무성할터 어찌 아니돌아가리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마음이 몸의 종이 되었으되
奚  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어찌 슬퍼만 하랴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지난 일을 탓해 무엇하랴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나 바른길을 가면 될 것을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길잃고 아직은 그리 멀리 가진 않았으니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틀렸음을

  
舟遙遙以輕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미끄러지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치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지나는 길손에게 길도 묻고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새벽빛 희미함이 아쉽네
乃瞻衡宇             내첨형우              마침내 예집 지붕이 보이니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뻐 걸음을 재촉하네


 僕歡迎             동복환영              아랫 것들도 나를 반기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어린 놈들도 문에서 반긴다.
三徑就荒             삼경취황              오솔길은 지워졌으되
松菊猶存             송국유존              솔, 국화는 남아있구나
携幼入室             휴유입실              어린 놈 손잡고 방으로 드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술이 한 병 놓여있네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병을 당겨 자작을 하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느긋이 뜰앞 나뭇가지 바라보네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흐뭇해하네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좁으면 어떠하랴 편하면 그만인 것을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나날이 거닐며 정겨워하고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찾는이 없는 문은 닫혀만 있네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늙은 몸 지팡이에 의지해 거닐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로 머리 들어 하늘을 보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 돌아나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나르다 지친 새들 둥지를 아네
影  將入          영예예이장입        뉘엿뉘엿 해그림자 드리울제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홀로선 소나무 어루만지네

 

歸去來兮             귀거래혜              이제 돌아왔노라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홀로 사는 법을 배우니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다르네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무엇을 찾아 다시 세상으로 나갈까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친척들과의 정담에 즐거워하고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거문고 타고 책읽으며 시름달래리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봄을 알리면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서쪽밭에서 밭을 갈리라
或命巾車             혹명건차              혹은 치장한 달구지 몰고
或棹孤舟             혹도고주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때론 시냇물을 찾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험한 산도 넘고 언덕도 지나리라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무럭무럭 생기를 띠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졸졸 솟아흐른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얻음을 가상히 여기고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내 삶의 쉴날을 느낀다.

 

已矣乎                이의호                 아~ 벌써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몸을 벗는 그 때는 오는 법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을 맡기지 못하여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공연히 수선 피우랴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부귀는 원하는 바 아니며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극락왕생도 바라지 아니하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을 때 홀로 거닐다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때론 지팡이 세워두고 김도 매고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노래하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물 가에서 시를 지으리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살다 때가 되면 그 곳으로 돌아가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기꺼이 천명을 받으리


 

출처 : 안동에 사노라면
글쓴이 : 사노라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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