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문자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일하고도 당당하게 등재된 한글
제562돌 한글날 맞이 한글여행
11,172는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의 수. 국립중앙박물관 한글관에서 11,172자 모두 볼 수 있다. |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이 반포된 지 올해로 562돌을 맞는다.
1446년 세종대왕은 “나랏 말쌈이 중국의 말과 달라, 한자와 서로 잘 통하지 아니하여…
사람마다 쉽게 익혀 늘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우리말이 ‘중국의 말과 달라,
백성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해 한글을 만들었노라' 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글은 어떨까.
‘영어의 말과 달라’ 한글의 소중함을 가벼이 여기는 세태는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몫이다.
우선, 한글을 여행하며 한글과 친해지자. 체험여행마저 ‘학습’이란 이름을 붙여 대하기 보다,
1촌파도타기하듯 한글여행지를 누벼보자.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된다’ 하지 않던가. 한글 사랑을 아로새기며 떠나는 일명 '한글 여행'을 제안한다.
- 경복궁 - 덕수궁
한글이 없었더라면(?) 불온한 상상
여주 세종대왕릉 앞에서 보내는 감사의 인사
△세종대왕릉
한글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세종대왕릉이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은 잘 조성된 '공원'에 들어선 마냥 아늑하다.
세종과 소헌왕후가 합장된 능으로 ‘영릉’이라 불리기도 한다.
우선 왕릉에 들어서면 야외유물전시장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해시계, 자격루, 측우기,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각종 유물들이 실제 크기로 복원돼 있다.
정문 왼쪽으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종전이 있다.
세종전에는 세종대왕의 어진과 당시 발명했던 과학기구와 악기류, 세종때 간행된 책들이 함께 진열돼 있다.
△ 세종대왕상 앞 야외유물전시장
훈민문과 홍살문, 정자각을 차례로 지나면 세종대왕릉이 나온다.
세종대왕릉은 풍수사상에 따라 주산을 뒤로 하고 산의 중허리에 봉문을 만들었다.
좌청룡, 우백호를 세우고 남쪽으로는 멀리 안산인 북성산을 바라본 자리다.
세종전을 먼저 들러 업적들을 하나둘 살펴보고 ‘세종대왕이 우리역사에 없었더라면?’ 이라는
불온한(?) 가정을 해 본 후 세종대왕릉 앞에서 진정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입장료는 성인 500원, 18세 이하 7세 이상은 300원이다.
3월에서 10월까지는 오후 6시, 11월부터 2월까지는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표는 관람시간 30분전에 마감한다.
한글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는 서울 청량리 부근의 세종대왕기념관이다.
세종대왕기념관은 서울시내에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다. 세종대왕기념회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영휘원, 영화진흥위원회와 접해 있다. 실내 기념관 일대기실에는 세종대왕의 어진과 함께
재위기간 동안의 업적을 14폭의 동양화로 진열해 놓았다. 과학실과 세종시대 발명품인
여러 천문기구와 지도 등을 진열하고 있다. 훌륭한 음악가이자 편곡가이기도 했던 세종대왕은
당시 국악기와 악사도 정비했다. 국악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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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여겨 볼 곳은 한글실. 한글실에는 세종당시 한글문헌부터 일제시대 국어사전 편찬과정을 담아
우리말글을 꽃피우고 지키기 위한 노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전시물은 훈민정음 창제의 참고자료를 시작으로
한글로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만든 삼강행실도 병풍, 최초의 한글신문인 <독립신문>,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11월~2월까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성인은 1,800원, 학생은 1,2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에서
영휘원 방향으로 5분 가량 걸어야 한다. 시내버스 134번, 442번을 이용해
세종대왕기념관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나랏 말씀이 중국의 말과 달라, 한자와 서로 잘 통하지 아니하여
어리석은 백성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이가 많으니라.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늘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라.”
△일제치하에서 간송 전형필 선생이 지켜낸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미술관 소장(국보 제 70호)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에는 훈민정음을 소장 하게 된 과정이 적혀 있다.
세종대왕을 만나는 여행길은 이제 ‘한글’로 이어진다. 바로 국보 70호 ‘훈민정음’을 향하는 길이다. 훈민정음은 한글의 이름이자, 한글의 창제원리와 창제의의를 밝힌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흔히들 말하는 ‘훈민정음’은 어디에 있을까. ‘비밀의 화원’으로 불리는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38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보화각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일제 암흑기에 우리문화재를 수호하는데 앞장섰던 문화재수집가로 선생이 평생 동안 수집한 문화재가이곳에 소장돼 있다. 소장유물이 대다수 국보급으로 우리나라 제일의 고서화 소장처다.
한글의 제작원리와 제작시기가 명시돼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본이다. 간송미술관이 ‘비밀의 화원’이라 불리는 이유는 일년에 두 번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매년 10월과 5월에 각 2주씩 품격 높은 소장품을 전시한다. 이번 10월 전시는 <조선서화 특별전>을 주제로 12일부터 26일까지이며 열린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훈민정음을 직접 관람할 수 없냐는 질문에 “관련전시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현재는 계획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세종대왕기념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역사관 내의 ‘영인본’으로 그 모습을 가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 하다.
엄지족의 탄생? 한글로 만들 수 있는 글자수는? 국립중앙박물관 한글관에 물어봐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을 거쳐, 이번엔 한글과 좀더 친해지는 시간을 갖자. 발걸음을 옮길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역사관 111호 한글관. 한글관은 우리가 알던 ‘한글’에 대한 인식을 진일보 시켜준다. 요컨데, 한글을 읽고 말하고 쓸 줄 알되, ‘한글’이 지닌 어마어마한 가치를 몰랐음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한글관에서는 훈민정음의 창제부터, 한자를 한글로 만든 과정, 생활 속의 한글과, 한글의 창제 원리, 세계 언어학자들이 평가한 한글의 우수성을 보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휴대전화기 ‘천지인’의 한글입력원리에 관한 설명도 흥미를 끈다. 천지인을 “한글창제원리와 조형적인 특징을 활용한 휴대전화기 문자입력방법”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가 휴대폰문자를 보내는데 탁월한(?) 엄지족(엄지손가락만으로 휴대폰 문자를 잘 보내는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이 많은 이유가 한글원리가 편리하고 과학적이기 때문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 역사관 111호 한글관
<한글을 평한 세계의 시각>도 꼭한번 읽어볼 만 하다. 그중 하나인 맥콜린(미국시카고대학교수이자 언어학자)의 평을 적으면 이렇다. “저는 세계 언어학계가 한글날을 찬양하고 공휴일로 기념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타당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20여 동안 해마다 한글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고고관, 역사관, 미술관, 기증관, 아시관)과 어린이박물관은 무료관람이다. 그렇지만 입구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 입장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며, 목, 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수요일과 토요일은 밤9시까지 야간개장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저녁 7시까지 개관하며 관람마감 한시간전에 매표 마감한다.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존만. 영국의 역사가. 다큐멘터리 작가.
대표적인 고궁인 경복궁과 덕수궁도 한글여행에서 빠지지 않는다. 훈민정음이 ‘집현전’에서 만들어졌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하지만 그 집현전이 바로 경복궁 수정전이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수정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복원해 놓았다. 덕수궁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 기념일이 경복궁과 덕수궁에서는 ‘세종대왕즉위식’을 재현한 행사가 열리곤 한다.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유네스코 직지상이 제정된 것도 모두 한글의 위대함을 세계가 인정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만큼 한글날은 우리나라의 뜻 깊은 국경일임에 틀림없다. 시쳇말로 ‘빨간날’이 아니면 국경일이 아니라는 착각, 그렇잖으면 무에 중요하냐는 생각, 한글을 여행하며 하나하나 '새로고침' 해 나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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