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근 서당.

[스크랩] 神

浩 根 書 堂 2010. 5. 12. 21:15

神(신)


우주가운데서 가장 불가해한 존재로 ‘신’을 꼽을 수 있다. 어차피 인간의 세계와 다른 영역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도대체 주종의 관계인지 평등의 관계인지 아니면 서양의 개념처럼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인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가 ‘신’이다. 심지어 어떤 철학자는 ‘신은 필요적 존재다’라고 선언하고 인간 세상에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을 신의 작용으로 돌려버림으로써 문제로부터 벗어나려 하였다.

다행히 우리 동양에 상형문자가 있어 ‘신’을 ‘神’으로 표시하므로 ‘神자로부터 신의 영역을 들여다보자.


귀신, 불가사의한 것, 정신, 혼 등으로 풀이되는 神은 示와 申의 합체로 되어 있으며 申은 또 ‘丨’과 ‘   (두 손)’의 합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丨 →    →   ,    ,    ,   →   →   神


‘神’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위의 과정을 참고하면 ‘神’의 중심의미는 ‘丨’이다. ‘丨’은 신농씨의 표시로써 한편 남성의 상징(男根)이기도 하고, ‘   ’은 두 손으로 받든다는 개념과 확(臼)을 의미하며 ‘示’는 ‘申’의 의미를 나타내는 부수(示항목 참조)로써 하늘의 해와 달과 별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들 각각의 개념을 모아보면, ‘神’이란 염제 신농씨를 두 손으로 받들어 모시는 개념을 토대로 돌아가셔서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이 되어 다시 인간 세상을 비추는 신성한 조상을 말한다.

신농씨의 상징을 두 손으로 보호하는 까닭은 그것이 신성하고도 소중한 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두 손은 변하여 여자를 상징하는 ‘臼(확 구)’가 되는데 확과 절구공이의 결합은 곧 음양의 결합을 의미하므로 ‘神’자는 또 부모를 의미하는 신성한 글자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신’이란 음가 역시 결국은 씨앗을 의미하는 ‘시’에서 오는 것에서 유추해보면 죽어서도 영원히 살아있는 한국인 특유의 ‘영생’의 개념은 이 ‘씨’에 대한 이해가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의 ‘神’자 풀이에, ‘천신인출만물자야(天神引出萬物者也)’ 즉 ‘하늘의 신이 세상 만물을 이끌어 나게 하셨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말은 실제로 세상 만물을 창조한 분이 신이라는 뜻이 아니라 태초 이래 존재해온 사물들의 이름자를 지어 부르게 됨으로써 사물들로 하여금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은 의미 있는 일을 한 신농씨의 업적을 묘사한 것이다.

우리가 명절 차례나 기제사에 모시는 ‘신위(神位)’ 또는 ‘신주(神主)’의 근원이 곧 신농씨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돌아가신 조상들은 모두 이 ‘신주’라는 신물을 통해 영원히 후손들과 같이 사는 것이다.


후세의 학자들이 ‘神’의 기본 내용인 ‘丨’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신의 옛 글자의 하나인 ‘   ’을 보고 ‘번개가 칠 때 구름사이로 나타나는 번개 불의 모습’으로 보았다. 그리고는 설명을 덧붙이기를 ‘옛날 사람들은 번갯불이 번쩍이는 것은 신(神)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번개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丨’은 스스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생활 가운데 동행한다. 실재하는 신이 있어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고대로부터 사람의 관념이 문자에 반영되는 것인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출처 : 설문한자
글쓴이 : ccheo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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