災 천벌 재 殃 재앙 앙(하늘이 내리는 홍수나 가뭄)
중국의 신화를 보면 惡神들이 가뭄과 홍수를 일으켜 백성들을 괴롭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성인이 나타나 악신을 쫓아내고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했다.
堯가 활의 명수 羿를 시켜 10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린 것이나, 禹임금이 9년에 걸쳐 황하의 물길을 다스린 九年治水가 그것이다. 초기의 인류가 그만큼 가뭄과 홍수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災는 巛(천)과 火(화)의 결합니다. 漢字에서 巛은 냇가에 물이 흐르는 모습에서 따온 글자로, 뜻은 ‘내’가 되겠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川은 巛의 변형이다. 흐르는 물 가운데에 점이 있는 것이 州다. 후에 州가 州郡의 州, 즉 행정구역명으로 轉用됨에 따라 물을 뜻하는 氵(水)를 덧붙여 새로운 글자(洲)를 만들어 ‘섬’이라는 뜻을 가지도록 했다.
참고로 바다에 있는 섬을 島(섬 도)라고 하는데, 山(뫼 산) 위에 鳥(새 조)가 앉아 있는 형상이다. 그것은 긴 여행을 하던 철새가 바다 위에 솟아 있는 산에서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다. 島보다 좀 작은 섬을 嶼(작은섬 서)라고 한다.
곧, 災는 내와 불을 뜻하는 글자로, 그것은 홍수와 가뭄을 의미한다. 농경민족이었으므로 농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홍수와 가뭄은 가장 큰 재앙이었다. 지금은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이해하지만, 옛날에는 그것이 분노한 하늘의 뜻이라고 여겼다. 곧, 홍수나 가뭄은 하늘이 못된 인간을 꾸짖기 위해 내리는 벌로 알았다. 따라서 災의 본디 뜻은 ‘天罰’이다.
한편 殃은 歹(알)과 央(앙)의 결합이다. 여기서 歹은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의 모습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정강이뼈라고 하겠다. 그래서 歹의 본뜻은 ‘앙상한뼈’다.
이와는 달리 뼈에 살(肉, ?과 같음)이 조금 붙어 있는 글자가 骨(뼈 골)이다. 두 글자의 모습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죽을 때는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고 하여 歹은 ‘죽음’을 뜻하기도 했다. 그래서 알로 이루어진 글자들은 모두 ‘죽음’과 관계가 있다. 死(죽을 사), 歿(죽을 몰), 殞(죽을 운), 殆(위태로울 태), 殉(순장할 순) 등….
央은 가운데를 뜻하므로 죽음(?)의 한가운데(央), 그러니까 반드시 죽게 되는 경우가 殃이다. 따라서 災殃이라면 하늘이 홍수나 가뭄과 같은 천벌을 내려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眞 참 진 面 낯 면 目 눈 목 (좀처럼 볼 수 없었던 廬山의 참모습)
眞은 匕, 目, ㄴ, 八의 결합이다. 여기서 匕는 比의 생략으로 ‘빽빽하다’, ‘조밀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櫛比), 目는 ‘눈’, ㄴ은 ‘기역자(矩)’, 八은 ‘나누다’, ‘구별하다’의 뜻이 있다. 흔히 八을 숫자 ‘8’로 알고 있는데, 본뜻은 ‘나누다’이다. 후에 숫자 ‘8’로 더 많이 사용되어, ‘본뜻’ 노릇을 했기 때문에 ‘나누다’는 뜻은 별도로 ‘分(나눌 분)’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담았다. 대체로 나눌 때는 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八’에다 ‘刀(칼 도)’를 덧붙여 만들었다.
어쨌든 眞을 풀이하면 ‘많은 사물 중에서 눈이나 자를 사용하여 참된 것을 가려낸다.’는 뜻이다. 따라서 眞은 ‘참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眞과 비슷한 글자에 直(곧을 직)이 있다. 十, 目, ㄴ의 결합인데, 열 개(十)의 눈(目)과 기역자(ㄴ)다. 곧 ‘많은 사람과 자(尺)가 있으므로 사물의 曲直(굽음과 곧음)을 바르게 볼 수 있다.“는 뜻이 되어 ’바르다‘는 뜻을 가진다.
面은 와 口의 결합인데, 여기서는 은 얼굴을 뜻하는 頁(혈)에서 다리부분인 ‘八’이 생략된 것으로 역시 ‘얼굴’을 뜻하며(顔얼굴 안, 額이마 액, 頂정수리 정), 口는 얼굴의 윤관을 나타낸다. 따라서 面은 ‘얼굴’이 된다. 目은 눈의 모습을 그린 다음 세워 놓은 것으로 ‘눈’이다.
眞面目이라면 참된 얼굴과 눈, 곧 ‘참된 모습’이 아닐까. 중국 江西省 九江市의 남쪽에 廬山이 있다. 서쪽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揚子江과 ?陽湖에 연해 있고 중앙에는 漢陽峰이 우뚝 서 있다. 그래서인지 이 산은 늘 구름에 싸여 좀처럼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 고장 사람들도 廬山의 본모습을 본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였다. 한번은 宋의 蘇東坡가 廬山을 찾았다가 한탄만 하고 七言詩 한 수를 남겼다.
橫看成嶺側成峰 얼핏 보면 산마루 옆에서 보면 봉우리 遠近高低各不同 원근과 고저가 제각기 다르네 不識廬山眞面目 여산의 진면목은 보지 못하고 只緣身在此山中 몸은 아직 산중에서 헤매고 있네
안개가 워낙 많이 끼어 廬山의 본모습(眞面目)을 보기가 힘들다는 한탄이다. 결국 眞面目은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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