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근 서당.

[스크랩] 선비와 지관-옛날 어느 곳에 선비가 살고 있었다. 공부만 하던 선비는 ...

浩 根 書 堂 2013. 12. 13. 09:01

옛날 어느 곳에 선비가 살고 있었다. 공부만 하던 선비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쇠'를 구해 지관노릇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배가 고팠던 선비는 어느 상가집을 들어갔다. 이미 그곳에는 열두 명의 지관이 모여 서로 자기가 잘났다며 떠들고 있었다.

선비는 공부는 했지만 이 방면에는 캄캄하였따. 그래서 멍하니 구석에 앉아 있노라니 사제가 나와 하는 말이 "어째 그리 말이 없소?"

하니 "그럼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하였다.

"딴 분들은 무슨 혈, 어느 곳 아무 데 이렇게 야단인데 어찌 아무 소리가 없느냐?" 고 하자 이 선비가 하는 말이,

"전에 잘 잡은 것이 무슨 소용이요?" 하며 지금 잡는 곳을 잘 잡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자 상제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옳은 말인 것 같아서 속으로 '진짜 지관은 이분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슬그머니 불러내어 안으로

모시고 독방을 차지하게 하고 수없이 음식을 차려다 주었다. 어떻게 먹었는지 설사가 나서 자다말고 변소를 찾아가 막 똥을 누려고

하니 안에서 부인 신발 소리가 나며 자기가 있는 변소로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망신을 당할까 봐 올밋졸밋하고 있는데 변소 앞에

와서 가만히 하는 말이,

"선생님." 하고 부른다. 목소리를 들으니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저의 멍덕을 벗겨 주십시오. 멍덕만 벗겨 주시면 선생님도 서운치 않게 해드리리다." 라고 한다. 그래서 지관이 묻기를,

"무슨 명덕이오?" 하고 물으니, "다른 것이 아니라 제가 출가 온 지 일곱 달만에 어린아이를 낳았는데 이런 양반집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난 것을 부끄러워해서 이웃이며 동네 사람이며 모르게 뒷방에 가두고 주먹 밥을 얻어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친가에서 오라

버니가 지관 공부를 하여서 저도 따라 배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아니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만 해주십시오."

"그래 어떻게 하라는 것이오?" 하고 물으니,

"내일 날이 새면 물론 먼저 쓴 친산에 먼저 가서 보자고 할 터이니 그 산소에 가서, 그 자리는 범의 혈이라고 하고 이 묘를 쓴 후에

칠삭둥이를 낳아야 그 집이 부귀영화를 누리지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고 하시오. 그 다음은 지금 모시려고 하는 장소는 전에 신의 대지

를 잡아 놓았으니 그곳에 가서 그곳은 옥녀 베 짜는 혈이라 하고 그 앞에 못이 있는데 딴 지관들은 그 못 때문에 나쁘다고 하나, 그 연

못은 베를 짜려면 꾸리를 담그는 물이라고만 하고 이곳에다 쓰라고 하시오."

이 말을 듣고 선비는 변소에서 그 말대로 잘 외웠다. 그 이튿날 다른 열두 지관과 상제가 진산을 모신 곳으로 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비는 산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쇠를 놓고 사방을 둘러보고 하는 말이,

"이 산소는 범의 혈이다."고 하니 다른 지관들이 무슨 범의 혈이냐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선비는 상제더러, "이 산소를 모시고 칠삭둥

이를 낳았소? 안 낳았소?" 하고 물었다.

"만약 이 산소를 모시고 칠삭둥이를 낳지 않았으면 당신네는 망했을 것이오." 이 말을 듣고 있던 상제가 깜짝 놀라며 이웃에서도 모르

는 일을 알고 있으니 용하기 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긴 며느리가 출가 온 지 일곱 달 만에 어린애를 낳아서 부끄러워 아무도 모르게 뒷방에다 가두었소." 라고 하니 선비가 그 아이가

커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 다음에는 다른 지관들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서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큰 집에서 상을 당하기 전에 신의 대지를 잡아 두지 않았느냐?" 고 하니 전에 잡아 놓은 곳이 있다고 하며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역시 뜬쇠를 놓고 사방을 둘러보고 엉터리일망정,

"이곳은 옥녀 베 짜는 혈이니 이곳에 모시라."고 하니 또 딴 지관들이 야단들이었다.

"이 사람아, 앞에 연못이 있는데 이곳에다 무슨 묘를 쓰느냐?"고 야단들이었다. 그러나 선비는 베를 짜려면 꾸리를 물에 담그고 짜야

베가 잘 짜지며 베 짜는 데 물이 없이 어떻게 짜느냐고 하며 상제더러 이곳에 쓰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딴 지관들은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고 어디로인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내려와 며느리를 내놓는다, 미역국을 끓여 준다 야단이었다. 그리고 지관이 하는 말이 며느리의 말을 어기지 말고 잘 들으라고

하며, 그 며느리가 여간 영특한 부인이 아니라고 하였다. 장사가 끝나고 상제는 며느리에게 지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느냐고 상의하

자, 며느리가 집과 전답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선비는 집과 2백 석지기를 얻어 잘 살았다고 한다.

출처 : 수연(水然)풍수학회
글쓴이 : 高山流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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