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씨금문에 등장하는 최초의 사람 이름자는 ‘丨’이다.
인터넷에 우주여행에 게놈프로젝트에 익숙해져있는 우리가 볼 때는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이 글자는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4521년 전에는 새문명의 기원을 알리는 깃발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을 시작으로 세상 만물이 차례대로 독창적인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어느 시인의 싯귀처럼 만물은 비로소 각기 자기의 존재에 대한 의미가 되살아 났다.
천지는 개벽하고 세상에는 새 질서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최초로 만든 사람의 이름자 ‘丨’을 ‘꾼’이라 불렀다.
지금 ‘丨’자에는 ‘꾼’ 대신 ‘곤’, ‘신’ 등의 음가가 남아있을 뿐이고 다행히도 우리말에 ‘일꾼’, ‘장삿꾼’, ‘ 놀음꾼’, ‘사기꾼’, ‘ㅇㅇ꾼’ 등 낮추어 부르는 호칭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꾼이란 어떤 사람을 일컫는 말일까? 그저 소일거리로 또는 취미로 하는 사람을 ‘꾼’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ㅇㅇ꾼’이란 ‘ㅇㅇ분야’에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호칭이다. 적어도 그 분야에는 ‘귀신같이 도가 트인 사람’을 부를 때 ‘ㅇㅇ꾼’이라 한다.
문자가 만들어지던 당시의 ‘꾼’은 ‘전문가’를 일컫는 존칭이었다.
‘丨’을 자신의 이름자로 사용함으로써 문명의 기원을 연 인물이야말로 ‘꾼’이라 불러 손색이 없을 것이다.
* 꾼과 치
우리말에 장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장사꾼’, 노름을 직업삼아 하는 사람을 ‘노름꾼’이라 한다. 또 꾼과 유사한 호칭에 ‘치’가 있다. 고대의 사관의 관직이었던 ‘신지(神智)’를 ‘신치’로 읽는데, 이 ‘치’는 ‘큰 어른’을 일컫는 우리말로써 ‘장사치’, ‘양아치’ 등에 남아 있다. 이 ‘꾼’과 ‘치’는 고대에는 ‘큰 어른’을 일컫는 존칭이었다. 그러나 한민족의 위상이 동북아의 중심국에서 변방의 약소국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언어마저 비운을 면치 못하고 한민족의 운명을 말해주듯 본래의 뜻이 뒤바뀌어 모두 낮추어 부르는 호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꾼’과 ‘치’는 그런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소중한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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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丨’은 염제 신농씨의 이름
인류 최초로 이름자를 갖게 됨으로써 새 문명의 기원을 이룩한 역사적인 인물은 염제(炎帝)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신농(神農)씨다.
동양의 전적(典籍)은 동양의 역사가 소위 삼황오제(三皇五帝)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신농씨야말로 삼황 중의 한분으로 동양 역사의 막을 연 분이다.
이 신농씨의 이름자가 ‘丨’이다. ‘꾼’이라 읽는다.
신농씨는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는 방법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사람에 이어서 다른 사물에 대해서도 비로소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비로소 삼라만상이 자신의 속성에 맞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추측된다.
사람이 자신을 표시할 방법을 알기 이전에 자연이나 사물의 이름을 먼저 사용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농경과 목축을 가르쳐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던 유목생활을 접고 한곳에 정착하여 생활하도록 새 삶의 방식을 개척함으로써 동양 문명이 싹틀 기반을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활방식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다. ‘꾼’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신농씨가 자신의 이름자로 사용한 ‘丨’자에는 신농씨의 역사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 통용되는 여러 사전류에 풀이된 ‘丨’을 보면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丨’
셈대세울 곤(袞, 象數之縱也)
위아래로 통할 곤(신, 上下通也)
위로 그어 정수리 신(囟, 引而上行 讀也 囟)
아래로 그어 물러날 퇴(退, 引而下行 讀也 退)
이에 덧붙여 우리나라 금문연구의 선구자이신 소남자 김재섭(金載燮) 선생은 ‘하나님 신’이라고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도대체 하나의 문자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뜻이 담길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이 ‘丨’이 신농씨의 이름자이므로 신농씨의 일생에 관련된 의미있는 일들이 이름 속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2) 상형으로 본 ‘丨’
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이론이 소위 ‘6서법’이다. ‘6서법’이란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를 말하는데 전통적으로 ‘한자 만드는 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6가지를 크게 둘로 나누어 상형과 지사를 ‘본체자(本体字)’라 하고 나머지를 본체자를 이용하여 만든 ‘용체자(用体字)’라 한다.
이 6서법에 따르면 한자 가운데 용체자는 본체자를 이용하여 만들었으므로 이를 제외하면 본체자인 상형(象形)과 지사(指事)자만 남게 된다.
이 말은 상(上) ․ 하(下) 등과 같은 몇몇 지사자를 제외하면 결국 한자는 본래 상형자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신농씨의 이름자인 ‘丨’은 무엇을 상형한 것일까?
․ 나무 또는 기둥
신농씨의 이름자인 ‘丨’은, 신농씨가 최초로 떠돌이 생활을 마치고 정착생활을 시작하였으므로 ‘입주정거(立柱定居)’ 즉 정착생활을 의미하는 기둥을 상징한다.
다음과 같이 나무 또는 기둥의 형상을 이용한 문자의 발전과정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丨→ ꟈ → → →相
丨 : 나무 또는 기둥을 세워놓은 모양으로 신농씨의 표시
ꟈ : 나무에서 겨우 싹 또는 가지가 돋아나는 모양으로 신농씨의 아들 표시
: 나무에 씨앗이 잉태된 모양으로 신농씨의 손자 표시
: 잉태된 씨앗이 태어나 재상이 되었음을 눈(目)으로 표시한 모양으로 신농씨의 증손 표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한자가 ‘相(상)’이다. 명씨금문에 나타난 이름자를 토대로 밝혀낸 ‘相’자에는 이렇게 신농씨로부터 4대에 이르는 후손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치 나무줄기에서 가지가 나서 열매를 맺고 마침내 새 생명이 탄생하는 듯한 과정이 눈이 보이듯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가!
그 뿐 아니라 신농은 농경과 목축을 가르침으로써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살던 유목생활을 접고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지어 정착생활을 하도록 가르쳤다.
신농씨는 나무의 생태에 대한 오랜 이해를 바탕으로 나무 또는 기둥의 형상을 자신의 이름자로 하였던 것이다.
․ 남성의 성기(性器)
인간의 자기 혈통에 대한 애착은 본능적 ․ 원초적이면서도 성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생산의 직접 도구인 남녀의 성기를 신성시하고 숭배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지금은 거짓과 위선이 활보하는 세상이므로 정말 성스러운 것은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지만.
남자의 성기를 우리말로는 ‘자지(自持)’라고도 하고 ‘좆(god)’이라고도 하는데, 신농씨의 ‘丨’이 남성의 성기 모양을 본뜬 문자라는 사실은 다음의 문자들이 증명한다.
丨→ → 父
丨→ → 且→祖
丨→ → 在
丨→ → 十
이 때의 ‘丨’은 반듯한 기둥의 형상이 아니고 중앙이 조금 도드라져 보이는 즉 내부에 씨앗과 같은 생명체를 간직한 모습이다. ‘十’이란 그런 글자다. 내부가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 결국은 닫힌 문을 열고 나오게 되는데 ‘열 십’이란 바로 ‘열 개(開)’과 같은 말이다.
지금은 상스런 말이 되어 사용을 꺼리지만 우리말 ‘씹’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성스런 행위를 일컫는 말인데, 그 말속에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한 문을 열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의 ‘丨’의 풀이에 ‘종구자지야(從臼自持也)’라는 글귀가 있다. 이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여성의 보지(寶地 또는 保持)를 쫓아 자지(自持)라 한다’가 된다.
지금 우리의 정서로는 ‘보지 ․ 자지’하면 얼굴을 붉히게 되지만 문자가 만들어지던 당시 이런 표현들은 왕실에서나 사용하는 고귀한 표현들이었다. 우리의 바탕이 고대 문명을 창시한 귀족들이었으나 온통 뿌리를 잃어버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다보니 어리석게도 그런 표현들을 부끄러워하게 된 것이다.
모든 동물들이 자기 종족의 보존을 위해 진화해왔다고 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인간도 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생산에 관련된 기관을 성스럽게 여겼으며 이 기관으로 자신의 상징을 삼았다고 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인류문명이 싹틀 시기에 종족보존의 관념이 문자에 반영되었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문자의 기원이 인간의 본질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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