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근 서당.

[스크랩] 김삿갓- 戱作詩

浩 根 書 堂 2016. 2. 21. 09:01

戱 作 詩


        無題詩 한 首  鑑賞하기                               
                                 -  김삿갓  - 


    天長去無執(천장거무집)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화노접불래) 꽃은 시들어 나비도 오지 않네. 菊秀寒沙發(국수한사발) 국화는 찬 모래에 곱게 피었고 枝影半從池(지영반종지) 나뭇가지 그림자 반쯤 연못에 드리웠네.
    江亭貧士過(강정빈사과)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 지나가다 大醉伏松下(대취복송하)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어졌네. 月移山影改(월이산영개)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通市求利來(통시구리래) 저자에선 이익을 구해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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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과 산이 적당히 어울러 져 있고, 국화도 피어 있는 서 늘한 저녁, 강가 정자 옆으로 가난한 선비가 지나고, 나는 취하여 소나무 아래 누웠다. 마침 떠오른 달이 비친다. 달 이 움직이니 산 그림자 또한 움직인다. 그 사이 시골 길에 는 장보기를 마치고 사람들이 돌아온다. 약간의 주기를 띠면서...... 그림 같은 시다. 이 시를 받고 주인은 흐뭇했을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기만은 너무나 이르다. 왜 그랬을까? 김삿갓이 한 집에 묵어 갈 것을 청하니, 주인은 난처해 하다가 거미집이 어지러운 헛간으로 안내하고는 식사라 고 내온 것이 국수 한 사발에 간장 반 종지가 전부였다. 창가에 흘러드는 달빛을 보다가 바로 앞에 칙간에서 나는 구린내에 코를 막으며 그는 그날 밤 잠을 설치고 말았다. 이 시를 의미로 읽어나가면 그저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시간의 전개에 따라 옮겨 적은 것일 뿐이다. 이 시는 모든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야 한다. 원시 를 독음만 가지고 읽어보면 이런 뜻이 된다. 천장엔 거미(무)집 / 화로에선 겻(접)불 내 국수 한사발 / 지렁(간장) 반종지 강정과 빈 사과 / 대추와 복숭아 월리(워리) 사냥개 / 통시(변소)에선 구린내 손님 대접을 이렇게 했으니, 욕을 먹어도 싸나, 이를 글 로 써서 여러 사람이 알게 했으니 화가 난 주인, 김삿갓을 찾았으나, 이미 그는 구름같이 어디론가 가고 없다. 그러나 이 시를 쓴 사람이 정말로 김삿갓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렇게 전한다.

     


    출처 : 우대받는 세대
    글쓴이 : 隱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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