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梅月堂 김시습 한시
자다(煮茶, 차 끓이기) 2수
松風輕拂煮茶煙 裊裊斜橫落澗邊
송풍경불자다연 뇨뇨사횡락간변
月上東窓猶未睡 挈甁歸去汲寒泉
월상동창유미수 설병귀거급한천
솔바람이 차 달이는 연기 몰아 올렸다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 물가로 떨어뜨린다.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긷는다.
自怪生來厭俗塵 入門題鳳已經春
자괴생래염속진 입문제봉이경춘
煮茶黃葉君知否 却恐題詩洩隱淪
자다황엽군지부 각공제시설은륜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 지나갔다.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시 지으며 숨어 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야조(野鳥, 들새)
綿蠻枝上鳥 隨意便能鳴 適志從吾好 安心只欲平
면만지상조 수의편능명 적지종오호 안심지욕평
驕榮爭似隱 苦學不如耕 詩酒消閑日 陶然送平生
교영쟁사은 고학불여경 시주소한일 도연송평생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마음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교만과 영화를 다툼이 숨어 삶과 같겠으며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시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즉사(卽事, 지금 있는 일)
有穀啼深樹 前村桑葚紅 農雲峯上下 疏雨埭西東
유곡제심수 전촌상심홍 농운봉상하 소우태서동
懶覺身無事 衰知酒有功 已得歸歟興 江山屬此翁
라각신무사 쇠지주유공 이득귀여흥 강산속차옹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울고
앞 마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출처 : 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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