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백호(白虎)의 해라고 합니다.
백호는 다른 종류의 호랑이와는 달리 그 기질이 용맹스럽고 영험하다 하였으니, 백호를 일러 산신령으로 받들어 신성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옛 문헌에는 새해 아침의 조회(朝會) 때에 백호의 모양을 새긴 술잔인 백호준(白虎樽)을 조정에 미리 준비해 놓고 있다가, 임금이 직접 직언(直言)을 잘 하는 신하에게 상으로 그 술을 내린 고사가 있습니다. 준(樽-술잔)에 백호를 새긴 것은 언자(言者-간언하는 사람)로 하여금 백호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할 말을 다 하라는 뜻이었는데, 중국 당(唐)나라 때 태조(太祖) 이연(李淵)의 조부 이호(李虎)의 이름을 기휘(忌諱-꺼려하여 피하다)하여 백호(白虎)를 백수(白獸)로 바꾼 이후 백수준(白獸樽)으로 통용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하여지고 있습니다.<출처:宋書 卷14 禮志1>
백호는 우리의 조선왕릉연구원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조선의 왕릉에는 반드시 백호가 지키고 있으니 곧 사신사(四神砂)입니다. 능침의 내부에는 재궁(梓宮-왕의 관)을 감싸는 현궁(玄宮-재궁을 묻어두는 광중)이 있는데, 이 현궁의 네 벽면에 사신사의 그림을 새겨 넣습니다. 좌측(동쪽)으로는 청룡(靑龍-푸른색의 용)을, 우측(서쪽)으로는 백호(白虎-흰색의 호랑이)를, 앞(남쪽)으로는 주작(朱雀-붉은색의 봉황)을, 뒤(북쪽)로는 현무(玄武-검은색의 거북)를 각각 새깁니다.
이를 사신사라 일컫는데, 왕의 재궁을 지키는 네가지 신(神)으로 전설속의 상상의 동물로 이루어 우리에게 신비감을 더해주지만 백호만큼은 유일하게 현존하는 동물입니다. 사신사는 풍수이론에서 “청룡은 완연(宛然)하고 백호는 준거(蹲踞)하고 주작은 상무(翔舞)하고 현무는 수두(垂頭)하여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좌청룡(左靑龍)이 완연(宛然)하다 함은 좌로 감싸고 도는 산세가 용이 꿈틀꿈틀 거리듯 구부정하게 굽어지면서 움푹 패이고 나오고 함이 완연하다는 말이고, 우백호(右白虎)가 준거(蹲踞)하다 함은 우로 감싸고 도는 산세가 호랑이가 가만히 얌전하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말하고, 전주작(前朱雀)이 상무(翔舞)하다고 함은 조산(祖山)격인 전주작의 형세가 부드러운 삼각형의 모양으로 마치 봉황이 혈자리를 보고 날아드는 모양을 말하고, 후현무(後玄武)가 수두(垂頭)하다 함은 주산(主山)에서 뻗은 거북등과 같은 형산(形山)이 혈자리에 드리우듯 한 형세를 말함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조선왕릉에는 철저한 풍수이론에 입각하여 능지를 조성하였으므로 분명한 사신사가 뚜렷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백호는 오방 중 서쪽(西)을 말하며, 오행 중 금(金)을 말하며, 음양 중 음(陰)을 말하며, 오색 중 흰색(白)을 말하며, 계절 중 가을(秋)을 상징하므로 오곡이 무르익어 결실을 맺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지난해까지의 못다한 소망을 올해 백호의 힘을 빌어 꼭 이루시길 바라며, 풍성한 가을의 배부름처럼 우리의 인생도 등따스고 배부른 한해가 되시길 또한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해지는 이야기 중 호랑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꽂감입니다. 호랑이는 용맹스럽고 사납기가 이를데 없어 우리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짐승으로 여겨 왔는데, 그런 호랑이가 왜 꽂감을 제일 무서워하였다 하였겠습니까? 아마도 강자에게는 강하지만,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것이 바로 이 짐승이 아니겠는가 싶습니까. 다시 말하면 올해는 우리 모두 그 용맹스런 백호의 기(氣)를 이어받아, 강한자(법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어른을 공경하지 않거나 조상을 숭상하지 않는자)에게는 강하게 하여 예를 바로 잡을 것이며, 약한자(소외당한 계층의 약자나 대다수의 선량한 일반 국민)들을 두려워 하여 하늘처럼 섬김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는 이시대의 위정자들이 꽂감같은 선량한 국민들을 감히 두려워하여 하나도 둘도 국정을 바로 이끌어야 할 것이며, 우리민족의 소중한 전통문화도 함께 잘 보전하여 세세년년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면서 새해를 맞는 첫 인사로 큰 절을 올립니다.
경인년(庚寅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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