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學의 성립과 발전
당송의 사회적 변혁은 학문과 사상적인 면에도 영향을 주어 유학사상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같은 경향은 당의 중기에 韓愈와 그의 제자 李翶에 의해 시작되었고 불교, 특히 禪宗의 영향을 받아 송학으로 성립되었다. 송대 주자학이 가지는 학문적 성격은 유교뿐만 아니라 불교와 도교사상을 수용하여 유교사상에 없던 宇宙論과 人性論을 철학적으로 발전시켜 유교를 형이상학의 경지에까지 끌어 올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송학은 실천의 윤리학인 동시에 절대군주의 인민지배를 합리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송대 주자학의 성립과 四書의 중시는 유교의 새로운 해석에 의한 新儒學 성립이란 역사적 과업을 달성하였고, 본래 유교가 지니고 있던 家나 國의 질서체계를 재조화시켜 이를 형이상학화하였다는 점에서 사상적 의의가 크다.
송학의 기원은 隋의 王通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그는 도교, 불교가 융성하고 유학이 쇠퇴하자 이를 부흥하려는 시도를 하며 종교적 요소를 배격하여 순수유학에로 돌아가고자 했다. 주자학의 출발은 당대 한유의《原道》《原性》 및 그의 제자 李翶의《復性書》가 출현하여 불교와 도교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유교의 人性論을 바탕으로 유교의 우위성을 제기한 데서 비롯되었다.
북송 仁宗 慶曆연간(1041-48) 正學運動의 대표적 학자인 범중엄으로부터 學統을 이어받아 유학에 새로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학자가 북송 중기의 周敦頤(濂溪)이다. 주돈이는《太極圖說》을 지어 도가의 사상과 한대 유학자의 음양오행설을 조화시켜 송대 주자학의 개조가 되었다.《太極圖說》에 의하면 태극에서 음양이 생기고, 여기에서 다시 오행으로 진행된다고 보았는데 주자학의 우주론과 존재론의 기초는 이에서 시작되었다.《太極圖說》은 태극도에 대한 설명이다. 원문을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無極而太極.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靜極復動. 一動一靜, 互爲其根. 分陰分陽, 兩儀立焉. 兩變陰合, 而生水火木金土, 五氣順布, 四時行焉. 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
五行之生也, 各一其性. 無極之眞, 二五之精, 妙合而凝. 乾道成男, 坤道成女. 二氣交感, 生化萬物, 萬物生生, 而變化無窮焉.
(무극이면서 태극이다. 태극이 움직여서 양을 낳고 움직임이 극에 이르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져서 음을 낳는다. 고요함이 극에 이르면 다시 움직인다.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고요함이 서로 뿌리가 되어 음으로 갈리고 양으로 갈리니 거기서 兩儀가 세워진다. 양의 변화와 음의 결합으로 말미암아 수화목금토가 생겨난다. 五氣가 순조롭게 퍼져서 사계절이 운행된다.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요, 음양은 하나의 태극이다.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
오행이 생기게 되면 각각 자기의 본성을 하나씩 갖게 된다. 무극의 참과 음양,오행의 알맹이가 묘합하여 응결된다. 乾道는 男이 되고 坤道는 女가 된다. 二氣가 교감하여 만물을 변화 생성케 한다. 만물은 낳고 또 낳아(生生) 변화가 끝이 없다.)
태극도는 태극에서부터 만물이 발생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즉, 태극에서 動靜의 계기에 따라 陰陽이 생기고 음양의 변화와 결합에 따라 水火木金土의 五行이 생긴다. 그리고 음양과 오행의 오묘한 조화에 따라 만물이 생긴다고 하는 만물생성의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생성변화를 말하고 있기 보다는 오히려 현존하는 만물을 발생적으로 도시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태극도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극’과 ‘태극’의 관계이다. 이에 대해 주자는 ‘무극’과 ‘태극’은 ‘본체’의 양면을 분별하여 표시한 것으로 무극은 초월의미를 나타내고, 태극은 창조의미를 표시한 것으로 보아 ‘태극’을 만물의 ‘근원’으로 풀이하였다. 그러나《태극도설》의 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에서 볼 때 ‘오행’ ‘음양’ ‘태극’ ‘무극’은 뚜렷하게 선후가 나뉘어 지며 태극은 무극에 근본을 두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주돈이의 본뜻은 본체의 제일 특성이 무극이라고 강조한 것이며 이러한 無관념은 그의 사상중에 도가성분과 관련이 있다.
둘째,《태극도설》은 태극에서 음양까지 설명하며 ‘움직임과 고요함’이라는 대조적인 관념이 그 핵심이 된다. 즉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태극이 움직여서 양을 낳고, 움직임이 극에 이르러서 고요하여지고, 고요하여서 음을 낳는다’고 하였다. 주돈이는 태극 자체에 움직임과 고요함이 있으며, 여기에서 음양이 생겨 나오고, 음양에서 다시 오행과 만물이 생겨나온다고 생각하였다. 음양에서 오행이 어떻게 생겨나올 수 있느냐하는 문제에 대해서 주돈이는 단지 ‘양의 변화와 음의 결합(陽變陰合)’ 때문이라고 설명할 뿐 확실하고도 적절한 해석을 내리지는 않았다.
셋째, 주돈이의《태극도설》은 ‘무극’, ‘태극’, ‘음양’, ‘오행’ 으로의 우주발생 계열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오행이 생겨나면 각기 性을 하나씩 갖추게 된다’고 하였는데 이 말은 ‘보편’에서 ‘특수’에 이르는 이론적인 관건이다. 즉, 태극 및 음양은 만유가 공통으로 의거하는 원리이지만, 만유가 특수하게 달라지는 것은, 오행이 ‘각각 그 본성’을 하나씩 가진 것으로 해석하였다.
주렴계의 우주관은《주역》〈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태극이 음양 양의(兩儀)를 낳고 음양 양의가 다시 사상(四象)을 낳는다”라는 사상을 오행설과 결합시켜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음양오행에 의해 우주의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때 인간과 다른 사물 사이에 차별을 두고 사람을 사물에 비해 우위에 두고 있다. 즉,《태극도설》은 사람은 ‘오행지수(五行之秀)’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고대에서부터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보는 생각을 주렴계가 음양오행의 구성요소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태극의 성질을 고찰해 보면, 주렴계의 태극은 ‘氣’를 만들기 이전의 존재이다. 그러나 태극을 곧바로 ‘理’로 해석하기에는 상당히 난점이 있다. 음양오행이 소위 ‘기’를 초월하는 존재라고 간주되는 점만 본다면 ‘이’와 유사하게 보이지만, 주렴계는 ‘기’에 대해서는 어떤 설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주안점은 ‘기’의 움직임에 있었다. 주렴계가《통서》에서 ‘기’를 설명하면서 이를 ‘나타나려고 하는 것으로서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정의하고, 이 ‘기’에 의해 선악이 발생하므로 ‘기’를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던 사실을 고려할 때 그는 여전히 ‘기’의 문제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주돈이의 태극도설은 張載(橫渠)의 氣論과 程頤(伊川), 程顥(明道) 형제의 理論에 의해 理氣論으로 발전하였고 이는 다시 朱熹의 理氣二元論을 대성되었다.
장재(1020-1078)는 字를 子厚라 하고 호는 橫渠라 한다. 그는 우주의 근원을 太虛이라 보았고 태허는 氣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결국 모든 심리적인 현상의 근원은 물질적인 것(氣)라는 장재의 사상은 당시 봉건적 사상의 유심주의적 경향에 대한 회의와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그는 존재의 근원을 氣라 보고 ‘기’의 가벼운 상태가 天, 기의 응집된 상태가 地, 그리고 그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人으로서 바로 予가 우주의 중심이라 하였다.
장재의 저작중《正蒙》과《西銘》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른바《서명》은 원래《東銘》과 상대하여 말한 것으로 장횡거가 학문을 강의할 때 양쪽 창 위에 각기 격언을 써 붙인 것을 말한다.《서명》은 만물이 한 몸이라는 것(萬物一體)과 ‘이치’는 하나인데 나뉘어 다르게 되었다(理一分殊)는 뜻을 논한 것이다.《서명》은 먼저 천지만물과 사람이 다 같이 한 몸임을 논하였다.
乾稱父, 坤稱母, 予玆藐焉, 乃混然中處, 天地之塞吾其體, 天地之師吾其性, 民吾同胞, 物吾與也.
(하늘은 아버지라 일컫고 땅은 어머니라 일컫는다. 나는 이에(여기서) 아득하게 작지만 하늘 땅과 한데 섞여져서 그 가운데 있다. 하늘과 땅의 가득찬 것(塞)은 나의 몸이고, 하늘과 땅을 이끌고 가는 것(師)이 나의 본성이다. 백성은 나의 동포이고 만물은 나의 짝이다.)
《서명》의 그 아래 몇 문단은 모두 위의 뜻을 발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이미 천지만물과 자기를 한 몸으로 보았으니, 곧 개별적인 형체의 사적인 뜻을 초월할 수 있으며, 타인과 나의 경쟁과, 사람과 만물의 다툼을 해소하고, 잃고 얻음을 계산하지 않고 삶과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正蒙》의 이론을 보면 다음과 같다.
太虛無形, 氣之本體, 其聚其散, 變化之容形矣. (태허는 모양이 없으며 기의 본체이다. 그 것(氣)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변화의 容形이다.) 이 문단에서는 본체와 현상을 언급하였는데, 본체는 곧 氣이며 그 자체는 아무 모습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변화로 말미암아 만물이 되어 마침내 드러나서 형체를 가지게 되니 이것이 客形인 것이다.
또, 太虛不能無氣, 氣不能不聚而爲萬物, 萬物不能不散而爲太虛. (태허에는 기가 없을 수 없고 기는 모이어 만물이 되지 않을 수 없으며 만물은 흩어져 태허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르면 만물은 氣에 의해서 생겨나고 다시 기로 돌아가므로 덧없는 것이지만, ‘기’는 비록 ‘무형’으로서 ‘태허’라 일컬을 수 있지만 그 자체는 ‘무’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기’는 언제나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일체의 대립 혹은 대립된 분열은 모두 궁극적인 의미상으로 통하여 하나가 됨을 말하였는데, 知太虛卽氣, 則無無. (태허가 즉 기라는 것을 알면 無는 없다) 라하여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 등은 모두 한몸의 두 면일 뿐이며 이러한 통일성은 곧 존재하는 모든 것의 하나의 근본으로 보인다.
장재가 주장한 氣의 개념은 이미 맹자의 浩然之氣나 물질의 근원이라고 한 도교의 氣象 등에서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기의 뜻에 주목하여 이를 生成論 내지는 存在論의 차원에까지 철학적으로 발전시킨 이가 장횡거이다. 장횡거는 전통적인 음양관의 철학 위에서 太虛를 생각해내고 이것을 기의 體라고 했다. 즉, 태허를 기의 체로, 기를 태허의 用으로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氣는 음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음양의 두 기는 부침승강하는 운동성을 가지고 있고, 이 운동에 의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생긴다고 보는데, 여기서 기 하나만으로 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두 기의 교류에 의해 만물이 생성된다고 하였다.
즉 장재는 우주의 변화는 곧 기의 변화로 기가 모이면 만물이 생성되고 기가 흩어지면 만물이 소멸하여 太虛가 되니, 태허는 만물의 근원이고, 태허상태에서 기는 음양의 상대적 관계에 의해 動과 靜의 활동을 통해 사물을 형성한다고하여 氣一元論을 제창하였다. 태허속에 만물이 자리잡고 있고 만물 속에 태허가 존재한다고 하는 이러한 철학설을 ‘기일분수설(氣一分殊說)’이라고 부른다. 이 기일분수설은 같은 시대에 나타난 정이천(程伊川)의 ‘理一分殊說’과 매우 흡사하면서 커다란 대립점을 가지고 있다.
장재의 氣一元論에 대해 정이(이천)와 정호(명도)는 理一元論을 제창하고 있다.
‘性卽理’라는 하나의 명제를 살펴보면 이것은 程門 학설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있는 곳이다. 이 말은 본래 정이천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정명도는 단지 ‘性’과 ‘道’가 하나라고 말했을 뿐이나 그 궁극적인 뜻이 ‘성즉리’와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정명도는 性이라는 낱말에 대해 두 종류의 용법을 논하고 있느데 그 하나는 공동의 뜻을 가리키는 ‘성’으로, 즉 天道에 해당하고 두 번째는 개별적인 뜻을 가리키는 ‘성’으로 즉 여러 가지 종류로 존재하고 있는 특수하게 갖춰진 성을 가리킨다. 공동적인 뜻의 ‘성’은 萬有가 공동적인 형이상학적 원리의 결정을 받는 것을 드러내며 개별적인 뜻의 ‘성’은 만유가 제각기 그 종류에 따라서 내재된 특성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二程을 구분하여 말해보면, 정명도는 ‘천도관’에 치중하였고, ‘본성론’의 충분한 발전은 정이천의 학문에 속한다. 정명도의 ‘性論’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性에 대해서 “타고난 그대로를 일러 性이라고 한다. 성은 곧 氣이고 기는 곧 성이다. 사람은 기를 품수받아 태어나며, 理는 선악을 가지고 있다. 善은 본래 성이고 惡또한 성이다. 대개 타고난 그대로를 성이라 한다.”고 하였다. 정명도는 대개 ‘성’ 자체는 만유의 앞에 있음을 인정했는데 이것이 즉 ‘天之性’이다. 그는 형이상학적 실체인 ‘성’과 형이하의 ‘기’가 합하여 만유를 낳았으며 만유중에는 선악이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선악’은 ‘성’ 밖의 ‘기’의 영향에 의한 것이며 성과 기가 합해져서 만약 ‘성’의 본래 방향을 보존하여 유지할 수 있으면 이것은 선이요, 그 본래 방향을 잃어버리면 이것이 곧 ‘악’이다.
정명도의 우주론도 장횡거와 비슷하게 음양 두 기의 교감에 의해 만물이 생성된다고 보았다. 그는 “음이나 양이나 어느 하나만으로는 만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물은 모두 대립하는 형상을 가진다. 음이 있다면 양이 있고, 선이 있으면 악이 있다”고하여 ‘기’는 반드시 음양의 두 ‘기’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음양 二氣의 교감에 의해 만물이 생성될 때 차이가 나는 것은 음양 교감정도에 “편정(偏正)”이 있기 때문에 인간과 사물이 차이가 난다고 보았다. 정명도와 주렴계, 장횡거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주렴계의 태극, 장횡거의 태허에 대응하여 정명도는 건원(乾元)을 들고 있다.
건원은 물론《역경》에 나오는 말인데, 정명도는 이것을 음양 두 기의 통일체로 보았다. 우주의 만물이 이 건원으로 귀일한다는 생각은 주렴계의 태극이나 장횡거의 태허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정명도의 경우는 건원이라는 통일적 관념을 세움으로 해서 天地人의 일체관, 더 나아가 “만물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라고 하는 유심론적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남송에 와서 주자와 학문상의 싸움을 벌였던 육상산(陸象山)의 유심론은 그 연원을 멀리 정명도에게 두고 있다.
理氣의 형이상학은 정이천에 의해 명확하게 세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정이천 역시 性의 공동적인 의미와 개별적인 의미를 함께 말하기는 했지만 비교적 후자를 중시하였다. 그러므로 그가 세운 계통은 本性論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적인 이론이 바로 ‘성즉리’이다. 그는 ‘性’은 곧 ‘理’이므로 不善이 있을 수 없으며 단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유는 ‘재질(才)’에 의한 것이므로 ‘理’나 ‘性’ 자체는 누구나 서로 다를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는 또 ‘心卽理’의 이론을 제시하였는데 ‘마음이 곧 본성’이란 인간의 自覺主宰의 능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가 말한 心은 性 및 命과 평등한 위치이며, 동일한 道가 드러난 것으로 삼았다. 그에 따르면 하나의 형이상학적인 道나 理 자체는 하늘에 있는 천명이 되고(在天爲命), 그것이 가치판단에 표현된 것은 옳음에 있어서는 이치가 되며(在義爲理), 천성을 받게 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본성이 되고(在人爲性), 사람이 어떻게 이 ‘도’를 천성으로 받는가에 따라서 몸에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은 마음이 된다.(主於身爲心)
정이는 우주의 근본원리로서 ‘理’의 존재를 생각했고, 이의 증명으로는 대체로《역경》〈계사전〉을 들고 있다. 〈계사전〉에는 “一陰一陽을 道라고 한다”라는 문구가 있다. 정이는 이 문구에 대해서 도는 형이상의 것이고 음양은 형이하의 것이라고 해석하고, 이로부터 음양이 道라는 설을 버리고, 음양하는 所以인 것이 道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道는 ‘理’이다. 그리고 이 ‘理’는 항상 氣와 함께 있다. 氣를 떠난 理도 존재하지 않고 理를 떠난 氣도 존재할 수 없다. 정이의 理개념에 따르면 ‘理無形也. 故假象而顯義. 有理而後有象. 見於事業謂之理’라하여 일에 내재하며 형체는 없으나 드러나는 것을 理라고 하였고 일단 象이 나타나면 理가 사라지고 그 義가 나타나게 된다고 하였다.
또 理에는 초월적인 理와 사물에 내재하는 理가 존재하고, 후자가 전자에 포섭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장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 ‘이’가 한정된 사물의 내부에도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해석을 ‘理一分殊說’이라고 한다. 즉 사물에 내재하는 ‘이’는 최고원리로서의 ‘이’가 사물 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고 사물에는 제각각의 ‘이’가 존재하는 데 이 ‘이’는 궁극적으로 보편적인 ‘이’와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는 ‘기’와는 달리 증감도 없고 변화도 없으며, 소위 일정불변의 성격을 지니다. ‘이’는 끊임없이 변동하는 ‘기’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법칙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天理라고도 한다.
천리는 곧 太極과 같으며 우주의 중심에서 발하는 것으로서, 모든 사물에 내재하는 상대적인 理인 衆理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모든 理를 포용하는 절대적인 理로서 天理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가의 내재적인 衆理에는 그것이 그것처럼 되게 하는 天理 즉 天德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이 본래 참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내면에는 천리가 존재하나 私慾이 이를 가려 외물과의 접촉을 방해하므로 사용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정이 학문이 내거는 바다. 사욕을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正心誠意(사욕을 제거하고 천리를 드러냄)와 格物致知(외물과 접촉)이다. 이를 통하여 천리를 흐리게 하는 사욕을 제거하여 천리를 보존하게 되고 천리가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유가에서의 天은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되어 천이 가진 힘은 절대적이었다. 정이가 사용한 천리의 개념은 인력에 대한 초월성만이 아니라 절대성, 존엄성까지 의미하고 있다. 정이천은 ‘天卽理’라하여 천의 설명에 ‘이’를 사용했다.
상술한 내용을 정리하면, 정이의 학설에 따르면, 천하의 사물은 반드시 원칙이 있고, 一物에는 一理가 존재함을 강조하고 理와 道를 동일한 의미로 보았다. 단지 理가 개별적이며 知的인데 비해 道는 종합적이며 실천적인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로써 形而下의 氣를 形而上의 理로 발전시켰다.
남송시대의 朱熹(1130-1200)는 太極,無極을 理에, 陰陽,五行을 氣에 해당시키고 理를 形而上의 道, 氣를 形而下의 器로 규정함으로써 理氣二元論으로 주자학을 대성하였다. 주자의 학문은 직접적으로 정이의 학문을 계승했고 그것을 체계화하는 수단으로 주돈이의 태극도설을 사용했다. 주자는 ‘이’와 ‘기’에 대해서 ‘이’는 형이상의 道이고 物이 생겨나는 근원이며 ‘기’는 형이하의 器이고 물이 생겨나는 재료라고 정의했다. 즉 物이 생성될 때 그 물질적인 면을 담당하는 것이 ‘기’이고 그 물체를 생성시키는 원동력으로 간주되는 것이 ‘이’이다. 이러한 ‘이’와 ‘기’가 합쳐서 사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둘 중에 하나만 빠져도 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자는 理와 氣의 관계에 대해 “理가 없는 氣는 없고 역시 기가 없는 理도 없다. 그러나 理가 있으므로 氣가 있으니 理는 근본이고 氣는 부수적이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理氣는 사물가운데 불가분의 관계로 함께 존재하고 이기는 성질상 구분되며 가치면에서 理가 근본적인 것으로 파악하였다.
주자의 理氣二元論은 그 자체만으로 볼 때에는 우주론이며 존재론이다. 그러나 주자학자의 주된 관심은 우주나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心性과 사회,정치의 인륜질서였다.
주자학이 종래의 유교와 크게 달라진 점은 사회,정치원리의 기초로서 인간의 心性을 중요시하고 이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이다. 주자는 인간의 본성은 理를 타고난 선한 것으로 보고 理를 닦아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氣에 유래하는 본능적인 불순한 기질의 성을 억제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 유교 본래의 모습을 전할 수 있는 四書를 중시하여 주석을 가하기도 하였다. 주자는 이와 같이 장재가 말한 先天(天然)의 性(인간의 본성)과 氣質의 性(구체적인 인간성)의 구별과 정이의 性卽理의 주장을 종합하여 身의 주체가 心이고 心의 본체가 性이며 그 用이 情이라 보았다. 따라서 心은 性과 情을 동일한 것으로하여 性이 변하면 情이 생기는데 7情(喜, 怒, 哀, 樂, 愛, 惡, 欲)이 바로 그것이다. 주자는 유교의 전통적인 덕목인 孝悌를 仁의 근본이 아니라 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다. 이러한 송학은 현세를 경시하는 불교사상과 도교의 반정치적 관념을 거부하고 불교와 도교를 배척하여 중국의 사상계에 있어서 지도적인 지위를 다시 확립하게 되었다.
주자학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도덕과 사회질서의 수립을 목표로 하는 강한 실천성을 지니고 있다. 주자학에서는 도덕적 실천의 방법으로 먼저 理를 인식하고 그 후에 실천을 강조한 窮理, 즉 格物致知에 의하여 올바른 인식에 이르고 居敬에 의하여 德性을 함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황제를 정점으로 한 사대부 관료의 전제지배체제의 정통성과 대의명분을 강조한 역사학을 통해 지배자의 정통성과 君臣의 의리를 大義名分論으로 正論化하였다. 이리하여 주자학은 사대부의 학문이 되고 명대에는 관학으로 채용되면서 정치,교육의 기본이념이 되었다.
한편, 陸九淵(1139-1192)은 주자의 性卽理에 반대하고, 心卽理를 주장하고 理를 외계의 현상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여 주자학에 대립하는 학설을 내세움으로써 남송사상계의 한 조류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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