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근 서당.

[스크랩] 새 시대를 위한 춘추 서문- 徐正淇

浩 根 書 堂 2014. 2. 25. 22:06

춘 추 (春 秋)

 

새 시대를 위한 춘추 서문

 

徐正淇   

 

    

  '춘추(春秋)'는 봄 가을인데 역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홀연히 하루 아침에 봄바람이 불면 온갖 푸나무에 꽃잎이 만발하여 모든 초목의 종류와 생태가 스스로 구별되고, 갑자기 하룻밤에 가을 서리가 내리면 오곡백과의 열매가 익고 단풍이 들어서 온갖 초목의 본질과 실상이 저절로 구별된다.  역사의 기술도 이와 같이 모든 사건의 종류와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본질과 실상을 뚜렷이 밝히는 선명성에 있음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춘추'는 문자의 발명으로 선사시대를 마감하고 유사시대로 진입한 지 근 2,000년이 지나 정치도덕이 타락했던 춘추시대에 공자가 노나라 은공(隱公) 원년(기원전 722년)에서부터 애공(哀公) 14년(기원전 481년)에 이르기까지 242년 간의 노나라 사료를 정리해서 편년체로 엮은 역사학의 경전이다.

  유사 이래로 하늘 땅의 공리(公理)를 존중하고 인간의 선덕(善德)에 철저했던 요(堯), 순(舜), 우(禹), 탕(湯), 문무(文武)의 신성한 정치목적은 순수한 도덕심으로 권력을 통하여 하늘의 이치를 밝히고 사람의 마음을 바로잡아 지극히 착한 정치문화를 건설하여 천하만민으로 하여금 길이 안락하고 보람 있는 삶을 구가하도록 헌신봉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춘추시대의 위정자들은 권력을 출세의 도구로 생각하고 공무를 빙자하여 사리사욕을 도모하면서 온갖 술수와 폭력까지 동원하여 권력을 찬탈하고 인민을 착취해서 한 몸의 부귀권세를 향유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사악한 정권의 잔학행위를 포장하여 악덕(惡德)을 선덕(善德)으로 위장하고, 심지어 학술사상까지 왜곡해서 실정(失政)을 치적(治績)으로 가장하여 인민을 기만하다가 급기야는 사욕(私欲)을 방류(放流)하면서 개인 이기주의를 공공연히 주장하여 성왕(聖王)의 도덕, 예의, 법도를 비난하여 부정하고, 세상을 사치와 방종과 쾌락으로 유혹하여 인간의 양심을 마비시키며 끝내 현실주의와 운명론을 내세워 민중으로 하여금 현재의 운명에 자족케하여 무기력하게 자포자기 하도록 순치했다.

  이와같이 과거를 잘못 해석하고 현재를 오판하여 미래의 희망이 전혀 없는 춘추시대의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인하여 지난날 왕도정치의 위대한 역사가 점점 빛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공자는 당시에 사람들이 역사를 무시하고 현실을 긍정하는 원인이 역사를 왜곡하여 가치관이 전도된 사실에 있음을 규명하여 역사를 긍정하고 현실을 부정해서 현재의 자기책무에 분발노력함으로써 미래의 희망을 보장하는 역사교육의 교과서로 '춘추'를 편수하였다.

  인간의 죄악 가운데 가장 큰 죄악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다른 죄악은 그 피해가 한정이 있는 것이고 비록 한 시대의 죄악일지라도 그 피해는 한정된 시대의 사람에게 미치는 것이지만 역사 왜곡은 그 피해가 무한하여 이미 죽은 지하의 귀신과 현세의 사람들 그리고 후세의 사람들까지 속이는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공자는 이것을 두려워하여 '춘추'를 집필해서 천하의 공리(公理)로 사리사욕을 질타하고 인류의 선덕(善德)으로 술수와 폭력을 추방하여 역사는 결코 진리와 허위, 선과 악의 투쟁에서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 되며 끝까지 허위와 악을 폭로하여 진리와 선 앞에 굴복시키는 도덕의 힘을 천하에 과시했다.

  세상에는 백천억만이 옳다고 해도 그른 것이 있으며 오직 한 사람이 그르다고 하여도 옳은 것이 있다.  그것은 일시공론(一時公論)과 만세공론(萬世公論)의 기준이 서로 다른 까닭이다.  일시공론은 시대와 장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고, 만세공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만세공론으로 춘추시대의 정치, 경제, 외교, 군사, 교육, 문화 등의 활동에 대하여 시비와 선악을 엄격히 분별하여 왕도(王道)를 높이고 패도(覇道)를 천시하며, 문화국을 중심으로 하고 야만국을 종속으로 하며, 충신효자를 표창하고 난신적자(亂臣賊子)를 폄하(貶下)하여 만세에 바꿀 수 없는 정론(定論)을 내렸으니 정치사업의 모범이고 인간활동의 사표이다.

  춘추의 역사 심판기준이 이와같이 높고 넓은 도덕철학에 기초했기 때문에 춘추는 일찍이 인류역사상 가장 공명정대한 사관(史觀)이고, 가장 정직명확한 역사 편년체이며, 가장 정밀우아한 기사문체인 까닭에 경(經)으로 높였으니 이후 동양역사학의 기본적 좌표가 되었다.

  의미없는 자료를 객관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사실을 기록한 여러 사건들이 의미를 가진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의 법칙과 사회의 정의 그리고 인간의 지성에 비추어 새로운 과학 사상을 창조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춘추'는 혼란시대에 도덕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위대한 인간정신으로 사람에게 이치의 세계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역사 과학을 창조했기 때문에 경(經)으로 받들게 되었으니 오래된 역사 자료의 희귀성으로 가치를 부여한 것이 아니다.

  '춘추'의 역사 기록문체는 은밀한 동기를 철저히 밝히고, 일상적인 기록은 생략하며, 매사건마다 바르게 처리하는 모범준칙을 제시하여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가려서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장하였으니 한마디의 칭찬이 곤룡포(袞龍袍)를 상으로 받은 것보다 영광스럽고 한마디의 비난이 저자거리에서 매 맞는 것보다도 수치스러운 역사의 위력을 과시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역사의 심판을 크게 두려워 하도록 만들어서 마침내 역사가 찬란한 빛을 발휘하여 미래의 희망으로 떠올라 학교의 교육과목이 됨과 동시에 역사학이 철학, 문학과 더불어 학문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것은 오로지 '춘추'가 천하정의를 주체하여 가장 완벽한 최후의 심판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확보하여 천하만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역사정신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춘추'는 천지의 도덕과 인간의 인의(仁義) 그리고 사회의 기강을 밝히는 역사 정신에 철저하지만 당시의 국사(國史)인 진(晉)나라의 '승(乘)'이나, 초(楚)나라의 '도올(도올)'이나 노(魯)나라의 '춘추(春秋)'는 국가건설의 정통성과 왕조발전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사실(史實)을 일방적으로 해석하여 치적을 미화하고 심지어 날조 왜곡까지 서슴없이 자행하였다.  그러므로 공자가 편수한 '춘추'는 천하의 도덕으로 역사를 심판하는 천하의 정사(正史)요, 국사는 왕조의 정체성(正體性)으로 역사를 계승하는 한 나라의 관사(官史)이다.  따라서 천하의 정사는 역사를 통하여 현실을 개혁하는 창조력이 있지만 일국의 왕조사(王朝史)는 역사를 통하여 현실을 비판하는 활력을 빼앗아 버린다.  여기에서 노나라의 '춘추'와 공자가 엮은 '춘추'와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춘추경(春秋經)'은 야사(野史)도 아니다.  개인이 정리한 야사는 관사(官史)를 보충하거나 바로잡는 기능에 지나지 않지만 '춘추경'은 천하의 정사(正史)로 편수하였기 때문에 공자는 천자(天子)의 사업이라고 스스로 밝히면서 "나를 아는 것도 춘추요, 나를 허물할 것도 춘추이다."고 하였으니 만일 공자가 야사를 썼다면 그것은 천자의 사업도 아니고 공자를 허물할 하등의 사유도 없는 것이다.

  '춘추경'은 천자가 천하를 경영하는 대사업이기 때문에 그 사관에는 천도(天道)를 받드는 대원칙이 있어서 천리에 순응하면 발전하고 천리를 거스리면 멸망하는 천명사관(天命史觀)과 사물의 이치를 존중하는 자연법칙이 있어서 필요충분한 물질적 조건을 갖추면 진보하고 부족하여 빈궁하면 쇠퇴하는 기수사관(氣數史觀)과 인재를 식별하는 준칙이 있어서 민심을 얻으면 생영하고 민심을 잃으면 사망하는 인물사관(人物史觀)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나는 이러한 춘추사관을 연구하여 일찍이 유교의 역사관을 정리한 '민중유교사상'(1990)을 저술하여 춘추사관은 천하문명을 담보하는 도덕사관이며, 현상만물의 영허소장(盈虛消長)하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에 의한 자연변화에 철저한 과학사관이며, 민중의 의지가 새 역사를 창조하는 원동력임을 주장하는 민중사관이며, 영웅이 시대를 창조하는 선각자임을 설파하는 영웅사관임을 논증한 바 있다.

  이 '새 시대를 위한 춘추'는 현대인에게 목숨을 바쳐 지킬 가치가 있는 역사가 있음을 역설하기 위하여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춘추정신의 비밀을 새로 발굴하여 역사의 본래 의미를 뚜렷이 밝히려고 노력했다.  천하국가의 정통성과 주체성을 회복하여 천하만세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시대적 작업을 통하여 장차 착한 인간성을 되찾고 도덕심을 지켜서 예의염치를 알게 하고, 과학적 합리주의 사상을 고취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공명정대한 정치문화를 확립하여 공론(公論)을 모아 자주적 진보적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체제를 구비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일으켜서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향유하는 길을 명확히 제시하여 2,000년대 새로운 역사발전의 천하문명을 담보하였다.

  이것은 모두 혼란의 역사 속에서 도덕질서의 영원한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이고, 다양한 사건 위에서 일관하는 하늘의 이치를 발견하는 작업이었다.  혼란의 역사 속에 펼쳐진 다양한 사건은 어지럽고 복잡하지만 여기에서 얻은 값진 경험과 교훈은 공자가 지혜의 빛으로 인류문명의 미래를 밝혀주는 가장 깨끗한 역사의 거울이기 때문에 이후 '춘추'는 동양역사학의 고전이 되었고, 춘추대의(春秋大義)는 역사철학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의 철학이 되고, 군사외교의 철학이 되고, 언론문학의 철학이 되었다.

 

(단기 4330년 2월 27일)    

서정기 譯註, 살림터 刊,『새 시대를 위한 춘추』 역주자의 말  

출처 : 說文解字(한문)
글쓴이 : 樂而忘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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