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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20. 저는 어른에게 "수고하십시요"라고 인사했다가 꾸중을 들었습니다. 잘못된 것입니까?
답20. "수고하십시요"는 일을 하라는 말이 됩니다. 아랫사람이 어른의 일을 해드리지는 못할 망정 일을 하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상사 보다 먼저 퇴근하면서 "수고하십시오" 하면 "저희는 먼저 나가면서 나보고만 일을 하란다"고 언짢아 할 것입니다. "전 먼저 나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등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른에게 일이 끝난 뒤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은 수고를 위로하는 인사라 괜찮습니다. 같은 '수고'라는 말도 미리 말하면 하라는 뜻이고 뒤에 말하면 위로의 뜻이 되겠습니다.
문21. 저의 손아래 매부(누이동생의 남편)가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호칭과 말씨를 가르쳐 주십시오?
답21. 사위에게 있어 처가의 어른은 직계존속(장인 장모등) 뿐이고 기타는 일반 사회적 관계입니다. 질문의 경우 손위 처남이기는 하나 나이가 자기보다 적으니까 '형님'이라 부르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반말을 하자니 손위이라 난처하며, 질문자의 처남의 위치에서도 반말을 하자니 매부가 나이가 많고 존대를 하자니 손아래라 역시 난처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가까운 남매간인데 어정쩡하게 지낼 수도 없고 대책이 있어야겠습니다.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친척과 나의 관계는 배우자와의 관계로 설정됩니다. 손아래 매부와 손위 처남은 남매간이지만 처가의 어른은 직계존속뿐이라는 전제로 그냥 친구입니다. 따라서 10년이내의 차이라면 '자네' 00서방'(이름)이 호칭이고 '하게'의 말씨를 쓰면 됩니다.
문22. "아버지가 야단쳤어요"라고 말했다가 버릇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답22. 같은 뜻의 말이라도 어휘의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야단쳤다"는 말은 "아버지가 밥먹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질문자가 생각해도 "아버지가 밥 잡수셨다" "아버지께서 진지 잡수셨다"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어휘인지 짐작될 것입니다. 밥은 진지, 먹었다는 잡수셨다가 좋지 않습니까? '야단쳤다' 보다는 '걱정하셨다'가 맞는 말입니다. 내가 잘못해서 어른이 근심(걱정)을 하시는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을 꾸중하신 것은 아닙니다. 어른은 아랫 사람이 잘못하면 근심·걱정을 하십니다.
문 23. 시집가는 신부가 시부모에게 드리는 폐백에 밤, 대추, 닭, 술을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23. 일반적으로 시아버지에게는 밤과 대추를 올리고, 시어머니에게는 닭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서(禮書)에 보면 시아버지에게는 대추, 밤, 육포(肉胞)를 올리고 시어머니에게는 옷을 지어 올리거나 비단을 드린다고 했습니다(曲禮) 육포대신 꿩을 쓰기도 했고 근래에는 꿩 대신 닭으로 쓰는 것이 관례로 되었으며, 밤과 대추는 시아버지, 닭은 시어머니에게 드립니다. 대추와 밤을 폐백으로 쓰는 이유는 대추는 부지런하겠다는 뜻이고 밤은 두려운 마음으로 공경하겠다는 뜻(家禮輯覽·按春秋云)이므로 시부모에 대한 며느리의 서약이라 하겠습니다.
술은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올리는 폐백이 아니고, 폐백을 받은 시부모가 며느리를 맞는(소님 맞이) 예(禮)로서 술을 내리는 것입니다(舅姑禮之).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술을 따라 올리는 일은 잘못된 일입니다.
문 24. 근래 혼인 전날에 신랑측에서 채단이든 함을 신부측에 보내는데, 그것을 "함을 사라" 외치며 실랑이가 심합니다. 전통예절에도 그런 법이 있습니까?
답 24. 채단이란 신랑이 아내를 맞기 위해 신부댁에 드리는 폐백입니다. 정결한 아낙은 예(禮)가 아니면 가지 않는다(正潔之女 非禮則不行)고 했습니다. 신랑이 신부측에 드리는 함이나 신부가 시부모에게 올리는 폐백이 엄격한 의미에서 같은 성격의 것입니다. 신랑이 함을 판다면 신부도 폐백을 팔아야 할 것입니다. 근원적으로 예물인 함을 어떻게 팔겠습니까? 참말로 근절해야 할 천박한 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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